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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비아벨: 원망 본문

마비노기

톨비아벨: 원망

  G   2020. 7. 19. 04:33

 

 




*C7 초반 시점의 편지글입니다.








 

 

 

 

 

 


 톨비쉬.

 

 


 당신이 이걸 읽고 있다면… 다행히도 저의 편지가 어찌저찌 그곳에 다다랐다는 것이겠지요.

 

 

 알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지난날 저는 당신에게 닿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해 왔습니다.

 

 저나 여느 다른 기사들과는 달리 단장, 그러니까 알터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양이더군요. 아니, 일방적으로 당신이 그에게 말을 건넸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또한 멀린이라는 자는 아예 성소를 자유로이 드나들며 당신과 소통하는 것 같던데, 당신이 그에게 무언가 일종의 지령에 가까운 부탁을 맡기면 그가 행동하는 식으로… 현재 에린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을 해결해 나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작금의 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톨비쉬 당신 앞으로 글을 적고 있는 건 아니에요. 애초에 저는 규율과 명령대로 움직이는 위치이니 당신과 일 얘기를 나눌 수준도 못 되겠지만요.

 

 저는 단지… 한때 저의 선배이자 동료였던, 아니, 우리 조직 특성상 서로가 단순히 막역한 정도를 넘어 운명 공동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가족과도 마찬가지였던 당신이 일언반구도 없이 그런 식으로 우리들의 의리를 저버린 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난 당신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원망하고 또 원망했습니다.

 

 

 선지자와 이계신에 의해 수많은 동료들을 잃었던 일, 그리고 메이론의 일… 물론 떠올리기만 해도 몹시 슬프고 분노가 치솟습니다만, 지금은 그것들을 따져 물으려는 게 아닙니다.

 

 이 원망은 오롯이 내 개인에게서 비롯된 감정입니다.

 

 톨비쉬, 아튼 시미니 님의 첫번째 검이자 수호자인 당신의 뜻과 계획…… 그날 당신이 우리 앞에서 했던 말들을 몇 번이고 계속, 끊임없이 곱씹어 숙고해 보았지만 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외람되고 불경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의 뜻에 석연찮은 부분이 있어 옳은지 그른지 전혀 판단도 안 서고… 솔직히 별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제가 감히 헤아려 볼 수 없을 정도로 기나긴 세월동안 고민하고 준비해 온 일인 줄은 압니다. 그동안 당신을 짓누르던 중압감과 고독감… 얼마나 크고 무거울지 상상조차 가지 않아요. 그러한 걸 짊어진 당신에게 자질구레한 일로 까다롭게 굴거나 성질을 부렸던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후회스럽습니다. 당신이 절 어떻게 생각해 왔을지 의미 없는 걱정도 들고요. 뭐…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당신에게 있어서 저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유한하고 사소한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그래도 말이죠. 저는 사소한 존재이지만 가족과 마찬가지인 자의 고독감을 잠시나마 덜어 줄 수는 있었습니다. 드러내기 힘든 감정이었다는 건 잘 알지만,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조금이라도 지친 내색을 보이셨다면…… 적어도 잠시 기댈 수 있는 버팀목 정도는 충분히 되어 드렸을 겁니다. 몇 해를 함께했는데… 나름대로 가깝다고 여겼는데 결국 그 정도도 못 되었다고 생각하니 처음에는 저 자신에게 드는 자괴감을 떨쳐 낼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저를 향한 자괴감이 점차 당신을 향한 원망으로 바뀌어 가더군요.

 

 당신을 만나서 묻고 싶었습니다. 답을 듣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저… 당신에게 우리는 뭐였고, 나는 뭐였는지. 그리고 아주 원망하고 있다고, 당신을 향해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야속하게 저에게는 그것마저도 허락되지 않네요. 당신과 마주하여 이야기 나누는 게 이렇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될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미리 해 둘걸 그랬습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답지 않게 글이 장황해졌네요. 이 만연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편지를 보고 당신이 당황했으면 하지만, 또 언제나처럼 환히 웃으며 대충 유하게 넘기리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곧잘 이러지 않았던가요. 남들에 비해 늦은 나이에 입단하여 그 고된 수련들을 소화해 내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고 당신에게 슬쩍 투정을 부리면, 당신은 미소 지으며 자신도 그랬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여도 그 또한 다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격려의 말로 마무리했었지요.
 그 말…… 지금도 유효한가요? 이 또한, 아튼 시미니 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다 지나가기 마련일까요.

 톨비쉬선배.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면… 선배를 만나고 싶어요. 직접 원망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는 나에게 기대 봐도 좋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요. 저로서는 그런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지 여부를 알 길이 없지만 언젠가 아튼 시미니 님께서 에린에 완전한 평화를 가져다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 그날이 온다면 기대해 봐도 좋겠지요. 그때까지 아튼 시미니 님의 따사로운 보살핌 아래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결단력이 함께 하기를.

 

 

 

 아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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