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ple
멀린밀레: 가벼운 목숨 본문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밀레시안에게 폭발한 멀린으로 멀린밀레 보고 싶다.
멀린은 이전부터 밀레시안 종족 특유의 ‘죽어도 부활하면 그만’이라는 여유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음. 어느 날 던전에 다녀온 밀레가 크게 부상당해 있는 걸 멀린이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함. 밀레의 상태가 겉보기에도 꽤 심각했기 때문에 멀린은 놀란 마음을 다잡고 급하게 마법 치료를 해 주려 했지만 밀레가 이를 저지함. 멀린이 “뭐 하는 거야? 내가 치료해 주면 금방 괜찮아질 텐데?”라며 어이없다는 듯 의문을 표하니 밀레가 힘없이 웃으며 이 정도면 그냥 죽고 부활하는 편이 더 낫다며 스스로 단검으로 폐부를 찌름. 그런 밀레의 모습을 본 멀린은 맘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쿵 하고 내려앉는 감정을 느낌. 이어 머리끝까지 열이 끓어올라서는 금세 부활해 다시 살아난 밀레에게 너는 다른 작자들과 다른가 했더니 결국 똑같았다고 화를 내기 시작함.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기분 나빠진 밀레가 그게 무슨 뜻이냐며 받아침.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알잖아! 너만큼은 그러지 않으리라 믿고 있었는데 아니었어. 내가 너 이러는 꼴 보려고 결계에 갇혔을 때 반나절이나 그렇게!”
한껏 성내며 소리치던 멀린이 하던 말을 멈칫함. 그러더니 분을 삭이려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됐다…. 말해 봐야 뭐하냐. 외상은 그렇게 해결한다 쳐도 분명 뒤따르는 후유증이 있을 거야. 우습게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질 수 있으니까 관리 잘해라.”하고 휙 가 버림. 갑작스런 멀린의 태도에 밀레가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고서 결계?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언뜻 함께 네메톤에 잡입했던 예전의 일이 떠오름. 퀘사르의 심장에 의해 멀린과 함께 결계에 갇혀 있었을 때, 기절해 있는 동안 기력이 금방금방 불어 넣어지던 느낌을 분명히 기억하는 밀레가 그제야 멀린이 곁에서 계속 치료해 준 거였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됨. 그리고 겸연쩍은 마음에 “왜 안 해도 될 일을 멋대로 해놓고서 새삼스레 화내는 거야…….”라며 혼잣말.
이후 밀레는 멀린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으려고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