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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아밀레: 망가짐 본문

마비노기

펜아밀레: 망가짐

  G   2017. 9. 10. 16:38




 펜아밀레의 얀데레적 상황은 손목을 비틀며 '난 널 죽이고싶지 않아'라고 말합니다, 결말은 망가짐입니다.

 (https://kr.shindanmaker.com/360473)




 마주칠 때마다 근본 없는 살의부터 내보이는 펜아르를 적당히 상대해 주던 밀레가 문득 펜아르에게 동정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자는 어디서부터 꼬이게 된 걸까, 무엇이 이자를 이렇게까지 만든 건가, 어떻게 해야 저 광기어린 두 눈을 위로할 수 있을까. 붉게 반짝이는 그 두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연민에서 피어난 호기심을 차마 무시할 수 없었으면. 호기심은 밀레가 무언가를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펜아르의 날카로운 손톱이 당장이라도 살갗을 파고들 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가까워지는데도 밀레는 도망하지 않고 그대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무기를 들고 있는 밀레의 양손이 힘없이 떨어지자 펜아르는 오히려 당황한 듯 공격을 일부로 비끼게 하여 밀레의 뺨에 작은 생채기만 남겼으면.


 “뭐 하는 거지, 밀레시안. 얕은 수작질은 통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

 “진심으로 맞서는 것만이 내가 필요로 하는 전부일 뿐.”

 “정말 그걸로 충분해?”

 “뭐?”

 “날 죽이고 싶은 거지. 날 죽여야 네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그렇게 해.”


 밀레시안이 거듭 부활할 수 있는 종족적 특성을 지녔다고는 해도 선지자인 펜아르에게 목숨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선뜻 내주는 것은 그 누구라도 납득하기 힘든 상황일 테고 펜아르 또한 밀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혹시나 밀레가 다른 셈속을 품은 건 아닌지 펜아르는 더욱 경계하는 눈치였지만 밀레는 그저 가만히 서 있었으면. 마치 죽여 주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렇게 어색하고 괴괴한 침묵이 이어졌고 밀레는 공격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으니 펜아르도 싸움을 이어갈 의욕이 뚝 떨어져 버렸으면.


 “이런 치욕은 처음이다. 그렇지만 기가 막혀 화도 안 나는구나.

 “…….”

 “오늘은 날이 아닌 듯하니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다.”


 펜아르가 방심한 틈을 타 밀레가 급작스레 달려들었으면 좋겠다. 예상치 못한 돌진에 자연스레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는 펜아르였지만

밀레가 노리는 것은 공격이 아닌 펜아르의 손톱. 아직도 서늘하게 날이 서 있는 펜아르의 손톱을 잡아 밀레가 스스로를 찌르려고 했으면 좋겠다. 펜아르의 표정이 그 어느때보다 험악하게 변해갈 듯. 자신의 손톱을 잡는 밀레의 손을 무력으로 떼어내고 바들거리는 양 손목을 비틀어 꽉 쥐었으면 좋겠다. 밀레는 도리어 그런 펜아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찡그릴 것 같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 난 널 죽이고 싶은 게 아니다.”

 “뭐―”

 “망가뜨리고 싶은 거지.”


 순간, 잡힌 손목을 통해 펜아르의 신성력이 밀레에게 주입되었으면 좋겠다. 갑작스런 신성력 오염에 눈앞이 핑 도는 밀레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면.


 기절한 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밀레가 눈을 뜨니 한밤중이었고, 쓰러졌던 장소가 아닌 웬 동굴 안에 옮겨져 있었으면 좋겠다. 신성력 오염도 생각보다 그다지 심하지 않아서 멀쩡히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돌아가는 길 밀레의 머릿속엔 펜아르 생각으로 꽉 차 있을 것 같다. 그가 했던 말을 곱씹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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