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터밀레: 불량배
특별조원이랑 산책하러 나가면 가끔 불량배 마주치는 이벤트 신이 있는데 이걸 보고 문득 알터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져서 가볍게 망상. 특별조 외출 이벤트 신의 불량배는 바보 산적 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그보다 좀 더 악질이긴 한데 스케일은 좀 더 작은, 동네 질 낮은 양아치 수준의 불량배 무리를 마주쳤다는 클리셰적 상황으로 알터밀레 보고 싶다.
이웨카와 라데카가 막 떠오른 저녁때 즈음 이멘 마하 주점 뒤 알반 기사단 집결지에서 지령 임무를 막 마치고 나온 밀레시안과, 똑같이 임무 관련으로 볼일이 있어서 집결지에 서 있던 알터가 반갑게도 딱 마주친 상황. 근처에선 요리 대회가 진행중이라 주변은 꽤 북적북적했고 혹여 신분이 노출될까 둘 다 로브로 몸을 덮고 있었다. 어차피 둘 다 임무도 끝냈고 아발론 게이트로 복귀하기 전까지 조금 여유가 있어서 집결지의 벤치에 앉아 서로 무슨 임무를 했는지 신나게 얘기 나누다가 충분히 쉬고선 그럼 이제 갈까요? 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딱 봐도 불량해 보이는 사내들 서너 명이 주점에서 나와 시끄럽게 떠들며 집결지로 모였다.
그들 손에는 웬 하얀 개비가 들려 있었고 집결지의 벤치에 하나둘 자리 잡아 앉았다. 집결지가 주점 바로 뒤에 있다 보니 만취한 자들이 시간을 보내다 가는 건 예삿일이어서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던 알밀. 몸을 일으켜 문게이트가 있는 목축지 쪽을 향해 가려는데 불량배 하나가 뜬금없이 어이! 하고 알밀을 불러세웠다. 첨에는 야, 어이. 하고 작게 부르는 소리가 나길래 당연히 자기들끼리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신경 안 쓰고 가던 길 가려는데 언성이 높아지며 어이! 거기 좀 서 봐! 라는 말이 들려서 알터와 밀레가 설마 우리 부르는 건가 싶어 뒤를 살짝 돌아봤다.
불량배가 그래 당신들 말이야 사람이 부르는데 그냥 가? 이리 좀 와 봐. 하는데 알터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건 대충 파악이 되니깐 무시하고 그냥 가려고 하지만... 우리의 밀레시안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대단한 위인이시라 순순히 불량배들 앞으로 조르륵 달려갔다. 정체 들킬까 염려되어 차마 크게 부르지는 못하고 알터가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미, 밀레시안 님...! 가지 마세요...!(음소거) 이러는데 그 거리에 그 소리면 들릴 리가 없으니깐 하아... 한숨 쉬고서 알터도 밀레 따라 불량배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불량배들이 밀레를 한번 위아래로 샥 훑어보더니 뒤따라오던 알터를 보며 거, 불 좀 있으면 여기다 따악 댕겨 보쇼. 하고 하얀 개비를 입에 물었다. 알터가 머리를 긁적이며 불? 없는데요... 하는데 밀레가 옆에서 파이어볼트를 시전해서 아주 작은 불꽃을 하나 띄워 개비에 가져다 대었다. 불량배들 아주 잠시 벙찌더니 뭐가 재미있는지 낄낄 웃고는 개비를 물고 숨을 한껏 들이마셔 불을 붙였다.
연기를 한번 푹 내뿜고 밀레를 보더니 이야 마법사 나리셨어? 이거야 원 지식인에게 실례를 범했네 안 그러냐? 하며 시선을 다른 불량배에게로 옮겨 저들끼리 눈빛 교환하며 무언의 사인 주고받고 씨익 웃었다. 안 좋은 낌새를 눈치챈 알터가 아 급한 일이 있어서 이제 가 봐야겠네요 그럼...! 하고 밀레 손 잡고 가려는데 밀레의 다른 한쪽 손을 불량배가 홱 잡더니 아이고~ 대체 이 시간에 뭔 급한 일이 있길래 바쁘게 가려고 하시나? 로브로 몸도 꽁꽁 싸매고 말이야, 은밀하게 하시는 일이라도 있으신가~ 거 돈 되는 일이면 나도 좀 소개해 주쇼. 아 이 시간에 남녀가 은밀하게 하는 일이면 돈 되는 일은 아닌가? 하면서 지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짓궂은 희롱을 시전.
여신을 구출한 에린의 수호자이자 드래곤의 기사 그림자 영웅 그랜드마스터 반신반인에게 이런 상황은 시골쥐 잡는 일보다도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에 밀레는 두 손이 잡힌 상황임에도 속으로 '아 맛있는 냄새… 요리 대회 지금이면 거의 끝났겠지...' 이러고 딴생각하고 있는데 알터는 순간적으로 정말 화가 나서 목소리 완전히 깔고 그 손 놔요. 이러면서 불량배 싸늘하게 째리고.
알터의 그 시선에 불량배 조금 열 받아서 호들갑스레 어이쿠 눈에서 번개 나오겠네 애송이라도 여자 앞이면 무게 잡을 줄 안다는 건가. 그래도 좀 도와가며 삽시다. 소개시켜 줄 일이 없다면 대신에 자선이나 베풀고 가시는 게 어떻수? 마법사면 형편도 넉넉하실 것 같은데? 하고 밀레 손을 놓고 대신 알터 어깨에 손 얹고 기분 나쁘게 킬킬 웃어댔다.
상대가 일반인이기도 하고 알터가 성기사 신분이니 마찰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규율에도 일반인하고는 마찰 피하라는 식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설정) 속으로 참자 참자 염불을 외며 저희 그냥 좀 가 보겠습니다. 하고 자기 어깨에 얹혀진 손 탁 쳐내고 밀레 잡아끌어 나오려고 하는데 이를 그냥 넘어갈 기색이 보이지 않는 불량배가 그냥 좀 가 보기는 어딜 가? 말했잖아 자선이나 좀 베풀어 달라고~ 하며 본격적으로 다들 자리에서 슬슬 일어나 알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알터고 밀레고 둘 다 딱 보기에 어려 보이고 어딘가 모르게 어수룩해 보여서 자신들에게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한 채.
알터가 무의식적으로 밀레 자기 뒤로 빠지게 하고... 밀레는 그제야 이 사람들 뭐 하자는 거지?하고 뒤늦게 경계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경계심만 가졌지 여전히 이들을 어떻게 해 볼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는데 갑작스레 옆의 불량배에게 팔뚝을 낚아채듯 잡혔다. 좀 세게 잡힌지라 밀레가 저도 모르게 아앗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알터가 고개를 홱 돌려서 불량배 팔목을 덥석 잡는데 그 악력이 어마어마했다. 순간적인 고통을 느낀 불량배가 잡고 있던 밀레의 팔뚝을 놓고 알터에게 잡혔던 본인 팔목을 만지작거리는데 단순한 애송이가 낼 만한 힘 수준이 아닌데... 이거 까딱하다간 되려 우리가 위험한 거 아닌가 싶어서 동료 불량배에게 눈빛을 보내지만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알터를 툭 툭 건들기 시작했다.
알터는 규율에 좀 어긋나게 될지라도 자신의 영웅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여차하면 무력을 쓸 기세였기 때문에 본인이 건드려지든 말든 온 신경을 밀레에게 쏟고 있었다. 첨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시비를 걸어온 불량배가 어깨에 힘 풀라고 구린 미소를 지으며 밀레의 옆구리(정확히는 소지품 가방 쪽)를 더듬거리는데 그걸 본 알터가 속에서 무언가가 팍 끊어진 느낌을 받고서는 그 불량배의 멱살을 잡으려고 팔을 휙 들었지만 순간 밀레가 알터의 손을 꼬옥 잡아 말없이 저지시켰고, 알터가 가만히 있다가 자신도 밀레의 손을 꼭 잡고선 팔에 주었던 힘을 풀었다. 그 순간 밀레를 더듬던 불량배의 나쁜 손이 갑자기 뒤에서 불쑥 나타난 누군가의 손 의해 번쩍 들렸다.
아앙? 뭐야! 하며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본 불량배의 눈앞에는 이리아 대륙만치 넓게 떡하니 벌어진 자이언트의 가슴팍이 있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자이언트 남성 여러 명에게 잡힌 다른 불량배 동료들이 꼴사납게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루카스가 뒷짐을 지고 유유히 걸어나왔다. 내 가게 근처에서 소란피우지 마, 쯧. 하며 고개를 한 번 까딱하니 불량배들을 들고 어둠 속의 어디론가 사라지는 자이언트들이었다. 밀레랑 알터의 눈이 동그래졌고, 그들의 표정을 본 루카스가 귀엽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 진상들 우리 가게에서 하도 소란스럽게 굴어서 쫓아냈더니 밖에서도 저러고 있었구만. 술에 취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한 약이라도 피운 건지 어쩐건지는 모르겠다만 제정신들은 아냐. 저것들은 우리가 따로 손 좀 봐주고 근위대에 넘기도록 하겠네.”
어쩐지 미소를 짓는 루카스가 주점으로 다시 들어가려다 멈칫하더니 뒤돌아 밀레를 보고서는 어이 밀레시안, 당신 이번에 나한테 빚진 거니 나중에 꼭 갚게나? 하고 윙크를 찡긋 날리고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밀레랑 알터는 0ㅁ0 이런 표정. 정신 차려보니 손을 아직까지도 잡고 있어서 어색하게 손을 놓으며 도, 돌아갈까요? 하고서는 문게이트를 타고 아발론 게이트로 향했다. 가는 동안 알터의 얼굴이 얼굴이 발그레해져 있었지만... 어두워서 밀레는 눈치를 못 챌 것 같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불량배를 마주친 알터는 첨에 최대한 마찰 일으키지 않으려고 굽히고 들어갈 것 같은데 밀레에게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이면 얘기가 다를 것. 밀레는 무조건 지키기 위해 감싸려 하고 필요하면 무력도 쓸 것 같지만 밀레는 알터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알터의 행동을 슬쩍 막을 것 같다. 그러고 웬만하면 상황을 조용히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불량배가 원하는 걸 일단은 줄 것도 같고...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망상.
+ 사실 신성력을 이용해서 아발론 게이트로 바로 갈 수 있다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빨리 복귀하면 그만큼 또 빨리 다른 임무를 시작해야 해서 쉬는 시간에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제멋대로 설정 추가.